1. ‘운동을 쉬니까 몸이 더 아프다’는 말의 진짜 의미
필라테스를 가르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선생님, 잠깐 운동을 쉬었는데 몸이 더 아파요.”
처음엔 다들 의아해한다. 쉬면 회복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몸이 더 불편해지니까.
사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몸은 움직이도록 설계된 구조이다.
근육, 관절, 근막, 신경—all movement system—은 정지 상태보다 움직일 때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혈류가 줄고, 산소 공급이 느려지고, 근육의 탄력이 떨어진다.
결국 몸이 ‘움직일 준비’를 잃어버리는 거다.
특히,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이 변화가 빠르다.
운동을 며칠만 쉬어도 허리나 어깨 주변 근육들이 굳기 시작한다.
혈액순환이 둔해지면, 근육통보다 묵직한 “기능적 통증(functional pain)”이 생긴다.
즉, 다친 게 아니라 ‘사용하지 않아 생긴 불편함’이다.
운동은 몸을 피로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움직임의 루틴을 유지시키는 과정이다.
이 루틴이 끊기면 뇌는 그 부위를 ‘비활성 상태’로 인식하고, 통증 신호를 더 크게 보낸다.
그래서 쉬면 쉬는 대로 더 뻣뻣해지고, 아프고, 무겁다.
2. 가동성이 떨어지면 통증은 시작된다
가동성(mobility)은 단순히 유연성이나 근력보다 더 근본적인 개념이다.
쉽게 말해, “내가 움직이고 싶은 방향으로, 안전하게,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이 가동성이 줄어드는 순간, 통증은 생긴다.
예를 들어 허리통증의 원인이 꼭 허리에 있는 건 아니다.
고관절이 굳어 있거나, 어깨가 말려서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
허리는 그 보상을 하느라 과하게 움직이게 된다.
즉, 움직이지 않는 부위를 대신 움직이느라 다른 부위가 아픈 것이다.
운동을 쉬면 이 가동성이 급격히 줄어든다.
특히 관절 주위 근막은 움직이지 않을수록 점점 서로 달라붙고,
마치 잘 접히던 종이가 눌려서 접히지 않는 것처럼 움직임이 막힌다.
그 상태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통증이 발생한다.
문제는 ‘운동해서 아픈 게 아니라, 안 움직여서 아픈 것’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그걸 반대로 해석한다.
그래서 필라테스에서는 강한 동작보다,
‘작게라도 꾸준히 움직이는 루틴’을 강조한다.
하루 5분이라도 척추를 말고 펴는 동작,
골반을 좌우로 흔드는 움직임이 가동성을 유지시키는 데 훨씬 중요하다.
몸은 큰 변화보다 ‘지속된 신호’를 기억한다.
그 신호가 끊기면, 통증은 바로 찾아온다.
3. ‘쉬는 것’과 ‘멈추는 것’은 다르다
운동을 쉬는 건 괜찮다. 하지만 멈추면 안 된다.
둘은 전혀 다르다.
쉬는 건 회복을 위한 일시적 조절이고,
멈추는 건 몸의 시스템을 정지시키는 일이다.
필라테스에서의 회복은 ‘비움’이 아니라 ‘재정렬’이다.
호흡을 통해 몸의 중심을 다시 맞추고,
작은 움직임으로 순환을 깨우며,
피로를 쌓아두지 않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건 운동이라기보다 몸을 관리하는 습관의 범주에 가깝다.
회원들에게 자주 말한다.
“운동은 체력보다 루틴, 꾸준함 이에요.”
한 번의 강한 자극보다, 짧더라도 일관된 패턴이 몸을 바꾼다.
쉬는 날에도 5분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과
완전히 멈추는 사람은 한 달 뒤 컨디션이 확실히 다르다.
몸은 움직임의 리듬을 잃으면 빠르게 무너진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자주 움직이냐’이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호흡하고, 기지개를 켜고,
하루 한 번이라도 몸의 정렬을 인식하면 그게 가동성 유지다.
이 단순한 습관이 통증을 예방하고, 회복 속도를 높인다.
운동을 쉬면 아픈 이유는 단순하다.
몸은 멈추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움직임은 곧 생리적 언어다.
그 언어를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야, 몸은 당신 편이 된다.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되자.